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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1 아주 기묘한 이야기

한적한 밤거리, 차와 사람이 사라진 너른 거리에 놓인 포장마차에서 나는 어떤 어른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포장마차 한켠에 놓인 텔레비젼에서는 MBC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그리고 타전되는 긴급한 소식.. MBC 사원들이 연수차 이동 중 버스가 전복되었나 부딪쳤나 해서 하여간 물에 빠진 것이었다. 그리 유명하지는 않은 아나운서들의 수명의 이름이 열거되었고 뉴스를 보도하던 앵커는 도중에 스튜디오를 뛰쳐나갔다. 그 거리에 앉아서 나는 내 눈앞에서 화면에서 사라진 앵커가 거리로 뛰어나가는 생생한 순간을 보았다. 앵커는 스튜디오에서 거리로, 이동한 실재였다. 방송국의 운명이 위험할 정도로 엄청난 집단적 망연자실감에 빠진 mbc에 대해 사고대책반이 들어섰고, 희생자의 령을 빌어주고 시신을 처리하기 위하여 심..

카테고리 없음 2008.04.22

기형도 -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 1989)

카테고리 없음 2008.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