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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1 아주 기묘한 이야기

keepgroovin' 2008. 4. 22. 20:27


한적한 밤거리, 차와 사람이 사라진 너른 거리에 놓인 포장마차에서
나는 어떤 어른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포장마차 한켠에 놓인 텔레비젼에서는 MBC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그리고 타전되는 긴급한 소식..
MBC 사원들이 연수차 이동 중 버스가 전복되었나 부딪쳤나 해서 하여간 물에 빠진 것이었다. 그리 유명하지는 않은 아나운서들의 수명의 이름이 열거되었고
뉴스를 보도하던 앵커는 도중에 스튜디오를 뛰쳐나갔다.
그 거리에 앉아서 나는 내 눈앞에서 화면에서 사라진 앵커가 거리로 뛰어나가는 생생한 순간을 보았다. 앵커는 스튜디오에서 거리로, 이동한 실재였다.

방송국의 운명이 위험할 정도로 엄청난 집단적 망연자실감에 빠진 mbc에 대해
사고대책반이 들어섰고,
희생자의 령을 빌어주고 시신을 처리하기 위하여 심리학자들이 나섰다.

나는 어쩐 일인지 그 대책반에 투입되었다.
생전 처음 해보는 무서운 일에 대한 걱정에 더하여 처음 만나는 심리학 전문가들과 조응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일하여 한다는 생각에 긴장하고 있었다.
먼저 마치 식물원 같은 거대한 꽃가게에서 부조를 위한 화환을 사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 꽃가게 바로 밖에는 바다와 같이 끝이 보이지 않도록 검은 물이 얕게 잠겨져있는 거대한 앞마당이 있었다.

나는 사구처럼 패인 모래언덕 둔치에 서서
그를 처음 만났다.

파랗고 깊은 물, 그 심연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그곳에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하여 14m 부처입상을 수중에 세워놓는다고 하였다.
검도록 파란 물 밑으로 자비롭게 미소짓고 있는 부처의 입매가 잔잔히 빛을 반사했다.

땅에 거의 누운 태양의 빛이 겨우 어둠을 뚫고 들어올 때,
그 광선이 어찌나 예리하고 또렷한지 당신은 아는가.
어둠의 능선을 교묘히 누르고 앉은 햇빛의 무게감을 느끼며 나는 부처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고로 인한 충격과 일처리에 대한 두려움에 빠진 나에게
그는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수많은 이야기들을 내 귀에 담아주었다.

그는 만나자마자 내게 핸드폰을 내밀었었고,
나는 그의 전화번호를 그의 전화에 담으며
어처구니없게 마음을 들켰다.

그는 나를 처음 본 이후 얼마나 찾았고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른다며
마음을 전했다. 그의 말은 나의 거울이었다.

멈출 수 없는 사랑,
그 강렬한 확신이 나를 지나갔었고,
아직 나는 그 흔적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