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를 친구들과 힐튼에서 오붓하게 보냈고,
크리스마스가 되자마자 인천공항으로 갔다.
흐린 날씨에도 젖과 꿀이 흐르는 면세점과 구름 뒤에 가려진 활주로가 나를 들뜨게 했다.
비행기에서 숟가락을 들고 내려놓으니 벌써 상해 도착해있었고,
돌아올 때도 아저씨가 어찌나 밟았는지 비행시간이 1시간 40분도 채 안 됐다.
이번 여행은 주변 사람들한테 우스갯소리로 도피 여행(크리스마스 커플들로부터ㅎㅎ)이라고 했지만,
사실 여러 가지 의미가 중첩된 목표가 있었다.
가장 크게는 박현주 회장 때문이었는데, 대학교 시절 강연에서 '놀더라도 중국에 가서 놀라'는 그의 일갈에 대체 중국에 뭐가 있길래 다들 저 난리일까 싶은 마음에 한번쯤 꼭 가보고 싶었다.
특히 상해는, 중국 내에서도 가장 중국 같지 않으면서도 가장 현재 중국스럽다는 이유와 international city라는 점, 자본주의와 역사가 공존한다는 점에서 해가 저물기 전에 반드시 다녀오겠다는 목표를 세워뒀었다.
그리고 2009년을 마무리하기 이전에 기가 눌릴 듯한 고층빌딩에 파묻혀 심기일전하고 싶었고,
좋은 경험, 힘든 일들, 하찮음에 대한 고민이 뒤범벅된 한국을 잠시 떠나, 나를 떠나,
아무 생각없이 편안히 휴양하고 싶기도 했다.
물론 운좋게.. 휴가가 이틀이나 남았고 마침 크리스마스 연휴가 생겨서 어디든 가야했기도 하고.
여행 일정은 상해/소주/항주를 3박 4일동안 다녀오는 전형적인 단체 관광 상품이었는데,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편안히, 더 잘 먹고 다녀서 정말 말 그대로 무작정 쉬고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동행인들 중에 중국 현지식이 도무지 입에 맞지 않아 전혀 먹지 못하거나 괴로워했던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나만 맛있게 뭐든 잘 먹었던^^;)
중국에 대한 첫인상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회색이고, 생각보다 사회인프라가 체계적으로 잘 구축되어 있고, 후발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우리와 발달 과정이 차원이 다르다(ex: ktx vs 자기부상열차)는 점. 그리고 사람들이 자꾸 중국이 우리나라를 따라잡는다고들 표현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중국은 이미 우리를 뛰어넘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빌미로 중국은 안 될 것도 되게 만들지만, 또 안 될 것도 되게 만드는 돈이라는 (강력한) 메신저이 있다는 점.
이런 모든 것들이 뭔가. 교묘하게 아이러니하고 말이 안 됐고, 상식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았다.
여행간 첫 날에 일기를 쓰면서 요약하기로 "중국은 어처구니 없는 나라"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중국은 말그대로 '중국스러'웠고, 이런 점에 큰 매력을 느꼈다.
상해에 늘어선 고층빌딩이나 서커스나 파격을 위한 파격을 추구하며 인간의 한계를 개척하고 있는 느낌이었고 (ㅎㅎ)
뉴스에서는 강에 사람이 빠져 죽었는데 이유가 파도가 쳤기 때문이라고 하질 않나
동네에 있는 그냥 수로가 1020년 전에 지어진 것이라고 하질 않나
항주에 가무쇼를 보러갔더니 2천만명이 벌써 봤다고 하고, 관객석은 3천석이라고 하지 않나..
이거 뭔가 정리가 안 되고 뭔가 덜 깨끗하고 어떻게든 계속 어이가 없지만,
그런 점이 너무나 흥미롭고 정말 재밌었다.
가무쇼에서는 폭우가 내리는 장면에서는 정말 비가 내리고, 전쟁 장면에서는 말과 화살이 코 앞에서 왔다갔다하는 새로운 4D 체험을 했는데
이 나라 사람들은 문화산업으로도 전세계인을 매혹하고 수익을 올리며 그렇게 애국을 하고 있고,
그 정도의 감당이 되는 인재와 자원과 리더십과 컨텐츠가 있었다.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중국을 주목하고 있지만,
중국의 헤게모니의 원천은 역시 역사의 힘!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크리스마스에 연휴에 디즈니랜드에 갔다면 보다 즐거웠을지라도
중국에서는 이 정도일 것이라 상상은 미처 못했을,
차원이 다른 풍부한 컨텐츠들을 중국에서 접할 수 있었다.
다음에 또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북경과 시안으로 가서, 최근 미술 트렌드와 엄숙할 정도로 잔인한 병마용의 기를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상해에 남편이랑 가끔 가서 신천지에서 데이트해야지>_<
크리스마스가 되자마자 인천공항으로 갔다.
흐린 날씨에도 젖과 꿀이 흐르는 면세점과 구름 뒤에 가려진 활주로가 나를 들뜨게 했다.
비행기에서 숟가락을 들고 내려놓으니 벌써 상해 도착해있었고,
돌아올 때도 아저씨가 어찌나 밟았는지 비행시간이 1시간 40분도 채 안 됐다.
이번 여행은 주변 사람들한테 우스갯소리로 도피 여행(크리스마스 커플들로부터ㅎㅎ)이라고 했지만,
사실 여러 가지 의미가 중첩된 목표가 있었다.
가장 크게는 박현주 회장 때문이었는데, 대학교 시절 강연에서 '놀더라도 중국에 가서 놀라'는 그의 일갈에 대체 중국에 뭐가 있길래 다들 저 난리일까 싶은 마음에 한번쯤 꼭 가보고 싶었다.
특히 상해는, 중국 내에서도 가장 중국 같지 않으면서도 가장 현재 중국스럽다는 이유와 international city라는 점, 자본주의와 역사가 공존한다는 점에서 해가 저물기 전에 반드시 다녀오겠다는 목표를 세워뒀었다.
그리고 2009년을 마무리하기 이전에 기가 눌릴 듯한 고층빌딩에 파묻혀 심기일전하고 싶었고,
좋은 경험, 힘든 일들, 하찮음에 대한 고민이 뒤범벅된 한국을 잠시 떠나, 나를 떠나,
아무 생각없이 편안히 휴양하고 싶기도 했다.
물론 운좋게.. 휴가가 이틀이나 남았고 마침 크리스마스 연휴가 생겨서 어디든 가야했기도 하고.
여행 일정은 상해/소주/항주를 3박 4일동안 다녀오는 전형적인 단체 관광 상품이었는데,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편안히, 더 잘 먹고 다녀서 정말 말 그대로 무작정 쉬고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동행인들 중에 중국 현지식이 도무지 입에 맞지 않아 전혀 먹지 못하거나 괴로워했던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나만 맛있게 뭐든 잘 먹었던^^;)
중국에 대한 첫인상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회색이고, 생각보다 사회인프라가 체계적으로 잘 구축되어 있고, 후발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우리와 발달 과정이 차원이 다르다(ex: ktx vs 자기부상열차)는 점. 그리고 사람들이 자꾸 중국이 우리나라를 따라잡는다고들 표현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중국은 이미 우리를 뛰어넘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빌미로 중국은 안 될 것도 되게 만들지만, 또 안 될 것도 되게 만드는 돈이라는 (강력한) 메신저이 있다는 점.
이런 모든 것들이 뭔가. 교묘하게 아이러니하고 말이 안 됐고, 상식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았다.
여행간 첫 날에 일기를 쓰면서 요약하기로 "중국은 어처구니 없는 나라"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중국은 말그대로 '중국스러'웠고, 이런 점에 큰 매력을 느꼈다.
상해에 늘어선 고층빌딩이나 서커스나 파격을 위한 파격을 추구하며 인간의 한계를 개척하고 있는 느낌이었고 (ㅎㅎ)
뉴스에서는 강에 사람이 빠져 죽었는데 이유가 파도가 쳤기 때문이라고 하질 않나
동네에 있는 그냥 수로가 1020년 전에 지어진 것이라고 하질 않나
항주에 가무쇼를 보러갔더니 2천만명이 벌써 봤다고 하고, 관객석은 3천석이라고 하지 않나..
이거 뭔가 정리가 안 되고 뭔가 덜 깨끗하고 어떻게든 계속 어이가 없지만,
그런 점이 너무나 흥미롭고 정말 재밌었다.
가무쇼에서는 폭우가 내리는 장면에서는 정말 비가 내리고, 전쟁 장면에서는 말과 화살이 코 앞에서 왔다갔다하는 새로운 4D 체험을 했는데
이 나라 사람들은 문화산업으로도 전세계인을 매혹하고 수익을 올리며 그렇게 애국을 하고 있고,
그 정도의 감당이 되는 인재와 자원과 리더십과 컨텐츠가 있었다.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중국을 주목하고 있지만,
중국의 헤게모니의 원천은 역시 역사의 힘!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크리스마스에 연휴에 디즈니랜드에 갔다면 보다 즐거웠을지라도
중국에서는 이 정도일 것이라 상상은 미처 못했을,
차원이 다른 풍부한 컨텐츠들을 중국에서 접할 수 있었다.
다음에 또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북경과 시안으로 가서, 최근 미술 트렌드와 엄숙할 정도로 잔인한 병마용의 기를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상해에 남편이랑 가끔 가서 신천지에서 데이트해야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