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ough thought

20160117 겨울의 한(한) 중에

keepgroovin' 2016. 1. 18. 22:16



서울의 가장 추운 날

버스에 탄 사람 모두 제각기
본인이 가진 가장 두툼한 옷 속에 어깨와 얼굴을 잔뜩 움츠린 채

한창 차가운 시내를 달리다 온 성에가 잔뜩 낀 버스에 올라탄다

버스에 들어선 사람들의 표정
안도하고
투정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마음을 기대다가
어른스레 손잡이를 붙잡고 객관적인 표정으로
서있기까지 몇 초 간

버스의 딱딱한 손잡이에 몸을 기댄 사람들이
포대기에 파묻힌 아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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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지극한 괴로움에 추위가 더없이 잘 어울린다

다같이 있지만
지극히 혼자인 버스.
옹기종기 모여서있는 이방인 사이에서
서로가 서로를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체 하는 그 사이,
갈 곳을 찾지 못한 괴로운 내 마음을
낯설기에 오히려 친숙한, 사람들 사이에 잠시 놓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