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때 나를 엄청나고 폭발적인 충격으로 뒤흔들어 놓았던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그 이후로 2년에 한 번씩 반드시 꼭꼭 전시가 열릴 때마다 보러가고 있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10년.
10년 전 유행에서 뒤쳐졌다고 생각해서 분통해했는데
아직까지도 미디어아트를 생소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 ㅎㅎ
일찍 시작할 걸 그랬나 싶기까지.
지금까지의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에서는 주로 인터렉티브 아트 전시물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트러스트'라는 주제 때문이었는지
정치학적인 풍자와
재서술을 통해 다시보기,
균열을 의도하여 질문하기
등의.. 컨텐츠가 우선시되는 다큐멘터리 같은 사진, 영상들이 대다수였다.
인상적인 것은
- 일본 작가. 전쟁과 남성의 나르시즘이 죽음과 폭력 vs 명예 사이의 불편한 동행 관계를
인간의 감정을 끝까지 몰아부치며 이성과 비이성 사이의 경계를 허문 상태에서
불편한 동행의 균열을 보여준다.
- 신도안.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처럼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무속신앙이나 비제도권에 기대던
사람들이 모여 만든 신도한. 수많은 종교단체가 공존하던 그 곳이 박정희,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종교단체들이 머무르던 장소는 군부대로 바뀌고, 사람들은 흩어지게 된다. 지역민들의 증언과 회고를 통해
신도안의 역사를 살려냄. 독특한 커뮤니티의 등장과 소멸이 현실정치에 의해 이뤄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증언함.
- 시징맨. 북경,남경,동경은 있지만 서경은 없다. 한국/중국/일본의 세 작가들이 모여서 만든 5단계 서경 프로젝트. 이렇게 재미있게 놀수도 있구나 싶었다.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은 도시를 설명하는 다큐멘터리도 만들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에 가서 자기들만의 올림픽도 하고. 정말 많이 웃었다 ㅋ 인형극을 통해 서경의 전통문화를 만들기도 하고. 서경 시장이 되어 도시 설계 방안을 강구하기도 한다. 재치있고 발랄한 문화정치적 경계 넘나들기였음.
- 베트남 자전거. 전쟁으로 인한 상흔과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동경 이라는 갈등 안에 놓여있는 베트남 전쟁 2세대들의 복잡다단한 아이러니를 보여줬던 작품
=====================================================================
"진지한 것을 재밌게 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