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ulture/거울단계

안나 카레니나

keepgroovin' 2013. 4. 11. 23:09

 


안나 카레니나 (2013)

Anna Karenina 
8.4
감독
조 라이트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주드 로, 애론 테일러-존슨, 켈리 맥도널드, 매튜 맥퍼딘
정보
드라마 | 영국 | 130 분 | 2013-03-21
글쓴이 평점  

너무나 많이 울면서 봤다.

 

 

본 영화는 톨스토이의 대작을 짧은 시간에 담아내는데 급급했을지라도,

인물의 특성을 살려냈다.

 

연극처럼 장과 막으로 이루어진 구성,

2차원적 장면에서 3차원 시공간으로의 도입이

안나 카레니나라는 대작을 의식한 오마쥬와 같아 보였다.

 

안나의 마력같은 매력은 검은 드레스를 통해 표현되었고,

브론스키의 육체적인 곱상함은 잘 드러났으나,

서로에게 눈이 멀듯 무섭게 빠져드는 사랑은

사실 감정의 깊이를 매만지기에는

극이 빠른 시간 안에 전개되어 몰입도가 다소 낮아졌다.

 

사실 미장센들을 보면 그다지 럭셔리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장면들의 꾸밈은 인상적이었다.

 

꿈 속에 살고 환상을 바라던 자기중심적 공주님이던 키티가

상처를 통해 성숙해진 눈빛!

이런 연기를 어떻게 칭찬해줄 수 있을까.

 

건초 위에 잠자던 콘스탄틴이 몽환적으로 깨어나

사랑하던 여인이 봄바람처럼 스쳐가는 모습을 보는 것.

 

안나와 브론스키의 육체적인 끌림을 풀 밭에서의 애정신으로 표현한 것.

 

아무 것도 모르는 안냐가 풀 밭을 헤치는데

세르쟈가 엄마에게 배운 사랑을 반복하는 장면.

 

풀을 베는 농장 주인, 콘스탄틴.

 

사교계에서 완전히 벼랑으로 내몰린 안나가 극장의 박스석에서 핀 조명 아래 눈물 밖에 흘릴 수 없었던 것.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런 훌륭한 연출들로 인해 영화가 물흐르듯 감정이입이 자연스러워졌다.

 

 

 

이 작품을 보면서

톨스토이가 대문호라는 것을 다시금 느낀 이유는,  

육체, 부귀, 명예, 영화 .. 눈에 보이는 물질적이 아닌

육체가 아닌 영혼을 살찌우는 삶을 갈구하는

강렬한 지향점에 대한 감동 때문이었다.

 

또한

인간이, 우리가 정의하고 싶어하는 '인간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 역시

가슴을 치게 만들 정도의  감동을 주었다.

 

성실한 인간의 양심이라는 (사회화된 결과이면서도 동시에) 원초적인 공통 이해를 근간으로

사랑을 통해 배우는 부족한 자가 인간이라는 것. - 특히 공녀로 자란 키티가 콘스탄틴의 형을 몸소 닦는 장면에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기적 욕심을 꿈꾸는 사람들. - 저녁 만찬에서 안나의 비행을 부러워한 여자들처럼

지금보다 새로운 자극, 더 나은 것에 대한 알 수 없는 호기심과 전차같은 돌진.

그런 추진 속에

가지지 못한 삶에 대한 동경을 품으며 자신을 이리저리 몰아가다가 결국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내면이 비틀리고.

새로운 것을 가지기 위해 포기한 것들을 후회하고 그리워하고 (그것을 다시 가졌을 땐 다시 지겨워한다, 알렉세이의 손가락 뚝뚝 소리 내는 습관 하나 견디지 못하는 안나.. 정말 하찮은 것에도 감정적으로 질려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

비틀린 내면으로 새롭게 가진 것들도 탓하고 삐뚫게 보고.

안나는 삶의 끝에서 "Oh, God. Forgive Me."를 외친다.

결국 그것이 자신에게 해방을 주는 유일한 탈출구.

 

이성적, 감성적인 저항감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연민으로

브론스키와 안나의 불륜을 용서하게 되는 알렉세이.

 

이와 대조되어.. 사실 톨스토이가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삼았던 것은 콘스탄틴이 아니었나 싶다.

 

새벽의 여명이 채 가시지 않은 마른 밭에서 농노들과 함께(같은 사람으로서 존중하기에) 곡식을 베는

전원의, 근면한, 담백한 삶.

 

사랑하는 이와 가정을 꾸려서 아이를 키우는

누군가가 수없이 반복했을지라도

여전히 특별하고 의미있는 삶의 틀.

 

신에 대한 귀속,

온전히 마음이 원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따르는 삶.

부족할지라도 사랑을 통해 깨달아가며

서로를 교화(?)하면서 나아지는 삶.

  

이 모든 메시지에

그저 눈물 흘릴 수 밖에 없는 벅찬 상태가 되었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예상하기로는,

단순히 사랑에 대한. 연애에 대한. 결혼에 대한.

상투적인 공감..

인간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허락된 내 오류에 대한 일반화와 용서. 에 대한

내용을 보고 올 것이라 생각했으나.

 

이 작품은

앞으로 사는 삶에서

인간으로서의 영역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

선명함과 자연스러움, 담백함과 개운함, 감사와 평화.

를 배우게 한 영화였다.

 

눈물로서 박수를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