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ulture/거울단계

마스터

keepgroovin' 2013. 7. 14. 18:56

 


마스터 (2013)

The Master 
8.2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호아킨 피닉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에이미 아담스, 로라 던, 래미 말렉
정보
드라마 | 미국 | 138 분 | 2013-07-11

 

프레디 처럼

누군가가 절름발이 인생을 살고 있는 나를 구원해줄 것이라고,

어린 시절의 잘못된 실수로 심리가 왜곡되어

기분 내키는 대로 허접하게 살고 있는 나를 제대로 살 수 있게 바꿔줄 것이라고.

 

한 번쯤 소망해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관심이 가겠지.

 

유려한 말솜씨와 밝은 화색, 위트로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교주같은 도드, 마스터.

그리고 마스터로서의 겉치레를 벗게 해주는 프레디 퀠.

 

두 명의 개성있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둘이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발가벗겨진 야성적 충동을 즐긴다는 데에 대한 자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스포일러 주의>

 

과도하게 성에 집착하는 프레디는, 고모와의 근친상간이라는 부도덕한 행동과 순애보를 가진 첫사랑에 대한 열망을 동시에 가지지만

불충족, 양심에 어긋남, 결핍, 부담감 등으로 인한 비사회적 성격을 가지고 되고

남들처럼 살지 못하는 어긋남에 대한 분노로 이를 표출한다.

 

결국 그는 크게 나아지지 않으며,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스터가 창조한 치유 프로그램 : '프로세싱'을 통해 프레디가 어떤 모습을 바뀌게 될지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스터의 설명은 더욱 floating communication, 수조년 전의 전생 같은 허울 좋은 빈껍데기 말들로 팽창해가고

프레디는 호전되는 듯 하다가도 변치 않는 모습으로 인하여 결국에는 관계를 단절 당한다.

결국 (처음처럼) 해변가의 여성 모래상 곁에 누운 모습으로 영화가 마무리 된다.

삶이 크게 바뀔 듯 하지만, 원래 살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간다.

달콤한 환상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졌던 질문은

"사람들은 왜 술, 담배, 성이 없이 살지 못할까?"

 우리는 왜 술과 이성.. 정신이 흐트러지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 임시적이고 미혹되는, 삶과 죽음의 양 축 사이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이런 경험을 끊을 수가 없는가.

 

유치한 정리를 해보자면, "지향"이 없는 것 같다.

지향이 없으면.. 결핍이 생기고, 돈을 아무리 많이 벌고 큰 명성을 얻더라도 마음 한 켠에 충족되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남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회피를 위해 흔히 이렇게 핑계를 대겠지..

1. 내가 이렇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는 이렇게 타고 났다. - 과거가 나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내가 지금의 허접한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이기 위해서는 다른 과거가 있었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영화에서는 현세의 괴로움을 지우기 위해 전생으로까지 기억을 확장하는 것이다)

2. 언젠가 죽을 것이 자명한 짧은 생애라는 좋은 핑계이자 면죄부가 있다. 인간은 어차피 미완의 상태로 남을 것이기에 미완이여도 되는 것이다.

3. 짜릿함과 자극을 추구한다. 그것만이 죽음이 아닌 생명력을 극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극만을 쫓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이 모두 결핍에서 나온 것이다.

과거로부터의 결핍일 수도 있다. 간절히 원하던 바를 거절당한 쓰라린 경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미래로부터의 결핍일 수도 있다.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거나, 개선할 방향이 없는 것이다.

 

나 역시 술 한 잔을 하거나 음악회에 가며, 맛있는 것을 먹는 삶을 사는데.

즐거움을 쫓는 다는 것은 일그러진.. 내 안의 결핍을 잊기 위한 시간일 뿐인 것 같다.

그걸 알면서도 반복한다.

알면서 반복한다는 점은 foolish.

 

굉장히 거대한 것에 압도 당하고 싶다. 일이면 땡큐고. 가족도 그 중 하나고.

그래서 하나의 논리로 이루어진 종교가 가진 영향력이 그렇게 거대한 것이겠지.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어차피 사람들의 삶은 반복되게 되어있고, 종교도 제한적일 뿐이라는 점에서 내게 경종을 울려준 셈이다.

 

굉장히 진지한 삶. 누구도 그런 삶을 추천해주지 않고, 선호하지도 않는다.

사회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개인의 내밀한 충동들을 자제 해야 하며,

인기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 와중에도 흐트러짐을 보임으로써 인간미를 확보해야 한다.

나는 이 결핍을 일로써 메우고 싶은 것 같다.

굉장히 진지하게 압도된 삶을 살고 싶은 것이 언제나 나의 소망이며..

잠을 자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으며, 음악을 듣지 않고, 끼니를 겨우 때우는 수준의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된 삶을 항상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