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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앙 에뜨르

keepgroovin' 2013. 3. 25. 22:26

정독도서관 뒤의 비앙에트르에 들렀다.

예약해주신 센스에 감사를

 

도착해서 건물을 한 바퀴 천천히 돌아봤는데, 이 때부터가 이 날의 디너의 시작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었다.

통일된 색깔과 묘한 대칭의 asymmety, 트인 공간감 뿐만 아니라.. 건물 마감재의 조밀한 입자의 부드럽고 반듯한 결이. 훌륭했다.  

요즘같이 정신 없는 세상에서  

하나의 기능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에 있으며,

간만의 특색있고 특별한 경험을 하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선택한 것은 A 코스.

 

Amuse-bouche 에피타이저

올리브오일의 진한 맛과 바삭한 식감.

이 날의 디너의 정체성을 단번에 보여줬던 것 같다 ; 달고, 들뜨면서도, 풍미있게, 너무 무겁지 않은, 기름진.

슈와 베이컨을 보며 느끼함을 걱정했으나 망고 젤리로 산뜻한 마무리를 할 수 있었으며, 어찌보면 참 귀여운 아이디어.


아보카도, 망고와 젤리, 프아그라 테린

아직도 입에 그 맛이 생생한 프아그라 테린.

탱클탱클하되 느끼하지 않고 터질 듯하다 뭉글뭉글 스러지는 식감으로 충분히 입 안의 호사를 누리게 하며

녹아 사라지는 마술을 보여준다.

호두와 같은 견과류 맛이 고소하게 입안을 채우는 Froi gras 테린. 두터운 맛을 잡아주는 향긋한 베일.

테린 중에 이렇게 산뜻한 피니쉬를 만들어낸 것은 처음이다.

이 날을 돌아봤을 때 가장 신선했던 만남이었고, 어디 가서 맛보지 못할 특별함이기에 가장 그리운 맛이기도 하다.

 

라비올리
 

복잡미묘한 맛. 참 맛있는데, 집에서 절대 재현해내지 못할 것 같은 복잡한 맛.

아이스크림을 녹인 것 같은 부드러운 맛이 달 것 같아지면 중간에 끼어드는 시원한 맛.

이 말도 안 되는, 오묘한 조화가 일품이었다.

 

메인 - 닭 안심구이

이렇게 부드러운 닭안심을 보셨습니까.

 

메인 2 - 한우 (1++) 안심 구이

으아.. 첫 맛을 본 순간. 굽기의 정도에 흡족했고, 표면의 씨즈닝과 탄 맛이 처음에 칼 질에 살짝 저항하다가

부드러운 속살에 금방 자리를 비켜준다.

우리는 이 때부터 고기가 순식간에 증발되는 신기한 현상을 경험한다.

크진 않다.  대신, 메인을 장식할만한 훌륭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Creme brulee au pomme caramelise, glace de masion

사과 카라멜을 넣은 크렘 브릴레와 아이스 크림

Cafe ou the et petie four 커피 또는 차와 쁘띠 푸


디저트를 부담스러워하다보니 쁘띠 푸 사진은 없다. 동행인이 광속으로 해체하신 크렘 브릴레와 아이스크림은 바삭한 맛이 어우러져 먹는 재미가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니쉬도 훌륭하고

보는 즐거움과 상상하는 즐거움을 느꼈고

실제 맛 보면서 미처 상상하지 못한 오묘하게 균형 잡힌 맛의 복잡한 숲 사이를 천천히 하나하나 돌아보며 나온 기분.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던 디너였다.

 

마지막에 박민재 셰프님이 환한 얼굴로 인사해주셔서 기분도 더욱 특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