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은둔을 꿈꾸는 친구에게 - H의 결혼에 부쳐 (김영하) 스무살 무렵엔 누구나 은둔을 꿈꾸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어촌에 작은 낚시집이나 하나 열어서 살아가는 꿈. 또는 땡중이나 수도승이 되어 산사의 목어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 꿈. 백두대간 봉우리 하나쯤 잡아서 산장지기를 하며 늙어가는 꿈. 그때는 그게 꿈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가끔 세상은 나를 성가시게 하고 인연이 없는 여자들은 매몰찬 상처만 남기고 떠나가지. 스무살 무렵에는 유난히 그런 일이 많은 법이지. 가끔, 자살을 꿈꾸기도 했을 것이네. 마음 주지 않는 여자나 허망하게 무너진 추운 나라 때문에 음습한 거리를 청바지에 손을 꽂은 채 헤매기도 했을 것이네. 그런 때면 하늘은 너무도 청명하여 새들조차 날아다니지 않지. 스무살 무렵에는 보고 싶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