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말러!
http://www.lotteconcerthall.com/kor/Performance/ConcertDetails/257372
Gustav Mahler <Sympony No.8 in E-flat Major> 이름하야 '천인교향곡'
지휘 : 임헌정
연주 :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 수많은 합창단 여러분!
지휘자 1명, 심포니 141명, 독창자 8명, 합창단 850명. 총 천명의 사람이 만들어낸 장관과 감동.
지금 이 사진에 있는 모든 분들이 합창단과 연주자 분들. 다같이 합창할 때 전율을 느꼈습니다.
관객보다 더 많은 연주자분들. 커다란 공연장에서 끝과 끝에 선 합창단이 동시에 노래하는 묘기.
엄청난 감동.
파우스트가 구원 받는 장면부터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1. 말러와 파우스트, 두 영혼이 하나로 겹쳐지는 때.
말러.
절정의 시기를 맞은 최고의 도시에서 음악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커리어적으로 완벽했던 화려한 인생을 산 사람.
자수성가의 아이콘. 스스로 큰 짐을 지고 사는 사람. 욕심 많은 자.
남과 다르려 기를 쓰는 사람. 심각한 남자. 상처가 있는 자.
말러 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이미지들.
천인교향곡을 듣고 나서야, 말러의 삶이 이해가 조금은 되기 시작했고,
그의 교향곡 변화가 그의 인생의 변화와 맞닿아있기 때문에 천인교향곡의 법열과 찬미 상태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화려하지만 내적인 전쟁을 치루는 인생을 살았던 말러가 본인 인생의 가장 화려한 정점에서
영적으로 구원받는 파우스트 장면을 음악으로 구현해냈다.
심지어 죽음을 맞기 바로 전 해, 마치 천국의 메시지를 전하는 영감이 전해진 걸까. 당시 그는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떠오르는 악상을 급히 쉼없이 써내려갔다고 한다.
과거 그의 교향곡들에서는 '비극적 전투와 승리'를 대편성 악기와 (가끔은 어이없는) 광명의 소리들로 인생에서의 비정형적 폭풍우 같은 혼란과 승리가 표현되어 왔다면 (말러팬분들 넓은 마음으로 양해를! ^^;;)
천인교향곡에서 말러는 별(꿈)을 따라가다가 천국에 들은 파우스트의 그림자에 본인을 겹쳐보지 않았을까 싶다.
"Wer immer strebend sich bemüht, Den können wir erlösen! (언제나 갈망하며 애쓰는 자를 우리는 구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주제를 관통하는 라틴어로 쓰인 중세 찬미곡과 파우스트 천국편을 한 곡으로 이어낸 천재.
자주 읽어도 좋은 가사, 파우스트 5막 '심산유곡' 편 ->
https://ko.wikipedia.org/wiki/%EA%B5%90%ED%96%A5%EA%B3%A1_8%EB%B2%88_(%EB%A7%90%EB%9F%AC)
#2. 소름과 전율의 시간
이 글을 보는 자는 유난을 떤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850명의 합창단이 동시에 노래할 때의 어마어마한 음량과 하모니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것이었다!!
마치 베토벤 9번 교향곡 4악장 합창 부분에서 느꼈던 전율이 80분 내내 지속되는 듯했다.
온 몸의 털 끝이 서고 모공과 열리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계속되는 상태로 또 오버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경악하며 완전 음악에 빠져들어 80분이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 몰랐다.
위대함. 희열. 영성. 영원함. 동정녀 마리아. 환희. 영광.
2장에서는 전주곡-스케르초-아다지시모-종곡으로 이어지는데
종곡에서 신비한 천사들의 합창 부분에서 조용히 살아나는 합창단의 목소리가 어린이 합창단의 목소리와 섞여 스며들듯 펼쳐질 때는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아름다움의 maximum을 발견했다.
살아 생전에 이런 (충격적이리만큼) 아름다운 예술을 볼 수 있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3. 끝과 끝이 동시에 노래하다
도전에 가까운 공연이었다. 합창단도 임헌정 지휘자가 아주 작게 보였을 것이고. 워낙에 큰 음량들의 악기와 합창단 소리와 같이 공연되다보니 독창자의 소리가 뚜렷하게 전달되기 힘들었다.
콘서트홀 특징 때문인지 워낙 소리가 울리기도 했는데
공명하며 몇 초간 부유하는 소리들이 느낌상으로는 둥근 모양으로 굴러다니며 다가오는 듯했다.
어려움이 많은 공연이었음에도, 이 작품의 연주를 한 뜻으로 해주신 모든 연주자분들께 감사하다.
그리고 롯데콘서트홀은 작은 소음도 오래 잔상을 남기며 큰 소음인 것처럼 들리는 공연장인데 아주 집중하며 소음없이 같이 음악을 들어주신 관람객 분들도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