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대체공휴일로 혼자 속초 여행을 다녀왔다
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리
웅장한 설악산과 광활한 동해 바다를 좌우로 끼고
그 사이에 들어앉은 속초는
느리게 걸어서도 반나절만에 한 바퀴를 돌만큼 작다
해안 자원이 많아 먹을 게 풍족하고
명태회무침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 같은 지역 고유의 식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사람들은 여유롭고 느리고 순하다
강원도 사람들은 위아래로 길게 생기고 (코가 길달까) 눈이 좌우로 긴데
그 눈 끝이 쳐졌달까
눈이 작은 사람은 눈 끝이 올라가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사람들도 이야기 나눠보면 역시 순하다
북적거리는 시장에 줄을 서서 씨앗호떡도 사먹고
한 시간을 기다려서 칼칼하고 달고 사이다 맛나는 항아리물회도 먹었다
거기다가 한손에는 만석닭강정 박스까지 들고 다니면
속초에서는 누가 보더라도 ‘관광객’ 인증이다
생각을 지우려고 혼자 여행을 갔는데
생각은 없어도 감정은 남아있더라
밤에 인적 드문 곳에 잘못 갔다가
무섭고 당황했는데
그제서야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등대에 올라 뻥 뚫린 바다를
모든 시야에 꽉 차도록 시원한 수평선의 동해 바다를 실컷 바라볼 때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차갑고 비오는 날씨에 하루 여섯 시간을 걷다보니
피로를 풀러왔디가 오히려 근육통을 얻고 왔지만
5월의 신록과 바다를 보며 새삼
도시의 생활이 얼마나 경주마 같은지 떠올려본다
도시는 욕망의 격전지인데
이곳은 참으로 평화롭구나
차로 몇 시간만 달리면
이렇게 평화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이 안도감을 준다
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무엇이라도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