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결혼했다.
익숙해질 사건이지만
순식간에 진행되는 비슷한 속도와 프로세스의 이벤트 때문에
결혼"식"을 해도
결혼은 생경하게 남는다
이렇게 친구가 결혼하고 나면
이 왠지 모를 허전한 마음을 추스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 결혼 소식을 듣고는
친구가 그동안 전시해온 삶의 역사에서
결혼을 암시한 어떤 일관된 흔적들을 찾아보려 애쓴다
친구가 걱정되어도 이미 공표한 순간 이후에는 형식적인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예단은 어떻게 했니, 사진은 어디서 찍니..
왠지 모를 상실감이 드는 이유는
곁에 있던 친구가
나와 다른 차선으로 갈아타고 멀리 달려가버릴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일 수도 있고.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소재로 인해
친구가 지금까지 알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 같아진 것 같아
그러기도 하고.
또 하나는 찌질하게도 ..
나도 집중할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내 인생을 걸고 손 잡을 사람이
없다는 부재감에서 밀려오는
외로움을 투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혼식장을 나서는 길은
아까 내가 들어갔던 곳의 풍경도 다르게 보일 만큼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가 큰 시간이다
이 모든 고민과 불안을
설렘과 확신으로 바꿀만한 일이
내게도 있으리라는 작은 기대에 기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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