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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5 로보트의 울음

keepgroovin' 2010. 7. 4. 22:42
워커홀릭 처럼
일을 벗삼고 동지삼아 살아가고있다

잦은 기침과 함께 굽어지는 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에 빠지고 일을 하고 지내니
마음은 행복한데 몸이 축난다

그러나
이 얼마나 위태로운 행복인가
일에 행복을 거는 것은 불안이라는 욕망의 하녀를 데리고 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이란
일이 너무도 나를 굴려대고
내 시선을 잠시도 딴 데 두지 못하게 윽박지르고 어르며 재촉해대니
왜냐고 되묻거나 속으로 침잠할 시간도 없어
나를 이리 건조하게 만든다

안개가 걷힌 사막 위에
선 것이다

우습게도 건조함이 내게 평온을 주었고, 그렇게 일은 내게 시간의 독점자이자 평온를 공급해주는 펌프 역할을 하는 것이다

너무 많은 몰입과
그로 인한 부수적 결과인 건조함은
나를 문화와 예술의뒤안길에서 겉도는
딜레당트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첫번째 문제점.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명제를
당연하고 체화시키게 된다는 것이
큰 조직에 속한 두번째 문제점.

그럼에도
손만 톡 대도 눈물이 둑처럼 터져버리는 상태.

역시 사막이 나의 불안을 가리고 있을 뿐
나는 완전히 냉철해진 것은 아니다

내 친구들이 일하는 타입을 보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오히려 더 순수한 방향으로 나를 키워가고 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었다

이게 한 주, 두 주, 몇 달이 지나고나면
나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지겠지

프로의 세계에서
로보트의 마음 속은 아직 물컹물컹하다

세상을 외면하고 숨어버리고 싶은 어린 마음
앞으로 더 성숙해지겠지-

차근차근 꾸준히
줏대있게 화사하되 색깔있게 가자.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