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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8 누군가의 부재

keepgroovin' 2009. 7. 18. 19:09

아무렇지 않은 하루였다.

다른 날과 다른 점 없이
어김없이 지하철은 잘 움직였고, 나는 곧잘 웃었다.

밤 12시에 잠깐 앰뷸런스가 왔었을 뿐이란다,
아줌마도 평소에도 좋지 않은 건강이었기에 이번에도 병원 치료를 받고 나면 금세 가라앉으리라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새벽 3시까지도 말을 할 정도로 의식이 있었지만,
갑자기 이렇게 됐다.

생과 사의 사이에 기나긴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단칼에 내려치듯 갑작스레 생(生)에서 사(死)로의 경계선이 만들어지는 듯했다.

밤 11시에 급히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아저씨와 같이 보낸 시간들이 눈 앞에 선한 사람들은 영정 앞에서 괴로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부.재.검.사"

노무현을 보내고,
마이클 잭슨을 보내고.
소중한 사람들이 떠났을 때, 평소에 불평하던 게 미안하고 그의 진가를 잠시 잊어버린 나의 우둔함이 부끄러워진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부재를 알릴 때,
그 떄의 충격을 받아내는 일은 익숙해지고 무던해지기 힘들다.

그런 충격과 슬픔에 대하여 사람들은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고 하지만,
거리에서 지나치는 사람들 중 여전히 은영이랑 닮은 사람을 발견하고 그 사람을 은영이라 믿게 되는
나의 무의식적 반응은 여전하다.
그 때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야 은영이의 부재를 떠올리고, 그 사실을 또 깨닫고 마음이 철렁하면서,
은영이와 관련된 모든 기쁘고 슬픈 시간들이 머릿 속에서 빠르게 재생된다.
시간이 지나도 나는 아직도 은영이를 찾고 있다, 나의 곁에서.

오늘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는데
탈상은 어찌 했을지, 혼자 남은 아줌마는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 시름이 생긴다.
그래도 우리 아파트 어른들은 따뜻한 사람이니까 -
우리에게는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격려할 기회는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