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ough thought

분기점에서 사소함이 승부 가른다

keepgroovin' 2021. 3. 2. 00:02



사자·얼룩말, 10㎝ 차로 운명 갈려…사소한 게 승부 좌우
2021.02.27.

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353/0000038976?date=20210227

지구력 약한 사자, 근거리서 기습
얼룩말은 사력 다해 더 뛰면 살아

물컵 하나 던진 게 대기업 흔들듯
사소한 것이 예측불가 변화 만들어

삶은 하루하루 매 순간이 분기점
힘들 때 한 발 더 내딛는 게 중요


사소한 것이 결코 사소하지 않게 되는 이런 일은 저 먼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서도 일어난다. 지금도 수백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자연 그대로 살고 있는 이곳에서는 오늘도 사자와 얼룩말의 쫓고 쫓기는 대결이 벌어진다. 대결은 대부분 100~200m쯤에서 1, 2m 정도의 거리로 좁혀지는데 사자 입장에서 보면 승리가 코앞에 있고, 얼룩말 쪽에서 보면 죽음이 바로 뒤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이길까? 아니, 무엇이 승부를 결정지을까?

(중략)

그러다 보니 약속이나 한 듯 100~200m 사이에서 초접전 상황이 벌어지는데, 사실 이 상황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얼룩말은 갑자기 뛰기 시작했기에 숨이 가쁘고 사자는 한계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어서 그렇다.

이 숨막히는 균형은 어느 순간 한쪽으로 확 기우는데 대개 아주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요인이 작용한다. 누가 한 번 더 힘을 내 조금 더 뛰고, 한 번 더 뛰느냐 하는 게 그것이다. 얼룩말이 죽을 힘을 다해 한 번 더 뛰면 죽음에서 멀어질 수 있다. 사자가 젖 먹던 힘을 다해 한 번 더 뛰면 굶어 죽지 않을 수 있다.

(중략)

실제로 승부는 많은 경우 1, 2m가 아니라 아슬아슬하다고 할 수 있는 10, 20㎝ 차이로 갈린다. 하지만 아슬아슬함과 승부는 별개다. 아무리 아슬아슬했더라도 더이상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면 사자는 실패한 것이다. 거의 이길 뻔했던 노력이 가상하다고 ‘아차상’ 같은 게 주어질까? 이 실패가 열 번째라면 굶어 죽을 수도 있다. 얼룩말 역시 불과 10㎝ 차이로 아쉽게 붙잡혔다고 관용 같은 게 주어질 리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그 어떤 것도 사소하지 않다. 아니 사소한 것이 결정타가 된다. 생과 사를 결정한다.

(중략)

혹시 이 무질서라는 과정에 어떤 패턴이 존재할까?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움직임이 일어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쪽이나 저쪽으로 퍼지는 분기점에서의 방향 선택이 우연하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우연한 결정은 외부 조건이나 시스템의 특성보다는 자체의 특성, 그러니까 사소한 움직임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민감한 상태일수록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