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와 언론은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권위주의가 부활하는 원인으로 양극화, 가짜뉴스를 꼽는다. 유권자가 분열된 틈으로 극단적 성향의 정치인이 등장한다. 이들이 무분별하게 시사 정보를 수용하기에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정치인이 정권을 장악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위기가 오로지 유권자의 책임일까? 학생의 학습 결과가 기대 이하라면 그 책임은 학생뿐 아니라 교사, 가정, 주변환경에도 있다. 토크빌은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위한 학교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학교는 어디에 얼마나 있으며, 누구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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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풍요로운 시대지만 소비가 아닌 사회 참여를 위한 정보는 찾기 어렵다. (중략)
답은 데이터에 있다. 재단, 학교, 병원, 노조, 정치단체, 시민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비영리단체들은 매년 미국의 국세청격인 IRS에 세금 신고를 한다. 정부와 기업이 아닌 모든 단체는 거의 모두 비영리단체다. 자본금만 31조원이 넘는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도, 굴지의 의료기관인 존스홉킨스 병원도 비영리단체다. IRS는 이 정보를 외부에 공개한다. 우리 팀은 여기서 180만개가 넘는 세금 보고서를 수집했다. 60만개의 관련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피드도 모았다. 우리 팀의 데이터베이스는 미국 시민사회에 관한 가장 방대한 데이터다. 이 빅데이터는 미국의 지역별로 어떤 비영리단체가 존재하는지, 이들의 설립 목적이 무엇인지, 이들이 지역 구성원들에게 어떤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지 보여준다.